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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치료과정
  • 작성자 : 비움심리상담
  • 작성일 : 2018-10-23
  • 조회 : 9030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치료과정

 

성폭력 피해자의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성폭력 피해에서 회복하는 과정이 단기과정이 아니라 장기과정이라는 것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성폭력 정도가 심했거나, 그 동안의 치료나 상담을 전혀 받지 않았었고, 위에서 언급한 trauma를 겪을 정도의 피해자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또한 성폭력 치료의 역설적인 면 중의 하나는 치료 과정에서 치료 회복이 이루어지기 전에 악화가 된다는 것이다(Courtois, 1988; Gil, 1988; Jehu, 1988). 그래서 Laura Davis(1988)는 성폭력 피해로부터의 회복과정은 직선적(linear)인 과정이 아니고 용수철과 같은 곡선적(spiral)이라고 표현하였다. 다시 말하면 조금씩 나아지다가 악화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정상적인 생활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치료 과정이 피해자 및 치료자의 변인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첫째 : 피해자의 심리 치료에 대한 결심 단계

 

특히 한국 여성들은 성적 피해 사실이 남에게 알려지면 오히려 부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받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이에 대해서 결심을 하게 되면 그 자체가 심리 치료의 절반 정도는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주위에 성폭행 당한 여성이 있으면 강요는 하지 않지만 성폭력 피해에 대한 장기적인 심리적 영향을 이야기 해주고 적극 권장해 주어야 한다. 또한 치료자는 이 분야에 슈퍼비젼을 받고 심리치료 경험을 쌓는 것이 필수적이며, 피해자와의 치료 관계 형성에 노력해야 한다. 치료자가 남자이고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 남성 치료자한테서 심리 치료를 받는 상황에 대해서도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고 불편하게 느낀다든지 가해자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으면 여성의 치료자로 배려하는 편이 좋다. 특히 초기에는 여성의 비밀 보장을 강조해 주고, 이전의 성공적인 치료 경험이나 사례를 그 당사자에 대한 기본적인 비밀을 보장하면서 나누어 갖는 방법도 좋다. 치료가 잘 진행되면 초기에 피해자는 치료자를 조심스럽게 믿어도 좋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치료자는 피해자가 그 동안 가해자로부터 받아온 피해와 자신이 자기에게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피해 행위에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 위기의 단계


성폭행의 상처가 크면 클수록 그 문제에 직면해서 작업을 하려고 할 경우 그 사건에 연상된 각종의 부정적 감정 반응 때문에 피해자가 불안한 감정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이러다가 갑자기 미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 치료자는 치료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정상화(normalization)를 해 주어야 한다. 치료자가 이 단계에서 불안해하고 자신없는 태도를 보이면, 내담자가 상담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를 지지해주며, 필요하면 일주일에도 1회 이상 만나면서 구체적인 지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또한 주중에 위기 상황이 있을 경우 전화를 걸어서 위기 상담할 수 있는 체제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셋째 : 성폭행 경험 장면 기억의 재상 단계


피해자가 치료자의 협조로 둘째 단계를 극복하면, 조심스럽게 추행 당한 장면을 생생하게 연상하는 단계로 서서히 나아가게 한다. 이 경우 왜 하필이면 옛날의 묻어둔 상처를 끄집어내느냐 하고 질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폭행을 포함한 Trauma로 인한 PTSD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보면 상처받은 사건을 인정하게 느끼는 치료자와 치료 분위기 가운데서 그 사건을 재기억하고 그 감정을 느끼며 순환시킬 때 그 PTSD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성폭행 치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성폭행 피해에 대한 기억은 여러 형태를 지니는데, , 악몽, 과거에 대한 갑작스러운 연상(Flashback), 조각난 기억들, 사고의 왜곡 또는 중성적인 자극에 대한 과잉 반응 등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치료자가 최면술을 쓰거나 약물을 투여하여 옛날의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한국 내담자들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그러한 기억들을 종이에 생각나는 대로 써보게 한다든지 차라리 그림을 그려보도록 하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이 단계에서 주시할 점은 피해 내담자의 페이스를 따라 가야지 치료자가 너무 성급하게 해서는 안되며 내담자의 학력이나 정서를 고려해서 너무 성급하게 하지 않도록 한다.

 

넷째 : 성폭행이 사실이었다고 믿는 단계


성폭행 당한 경험이 아주 오래되었거나, 오랫 동안 억압했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의식 수준에 떠올라 올 때도 피해 여성들은 그것을 반신 반의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 심한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은 해리(dissociation)를 통해서 자신을 지탱해 왔기 때문에 자기가 당하고 있는 가혹한 성폭행이 현실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을 갖고 있다. 이제 성피해 여성들은 자기의 기억을 믿고, 성폭행 당한 것이 사실이며, 그 폭행을 당한 주체가 자신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믿어야 한다. 피해자가 자신의 성폭행을 해리로 대응하지 말고 적극 수용하는 것이 이 단계에서 중요한 작업이다.

 

다섯째 : 성폭행 피해 감정을 표현하는 단계


성폭행 피해 당사자들은 오랫동안 피해 당한 사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하며 주위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고 살아왔다(No Talk, No Feeling And Don’t Trust). 그러나 네 번째 단계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기억을 다시 되살려 볼 때, 그들은 묻어 두었던 분노 감정이 화살처럼 폭발할 수도 있다. 또한 배신당한 과거 정상적인 발달 단계를 상실 당한 것에 대한 슬픔의 감정이 강렬해 질 수도 있다. 이 때 치료자는 이러한 쌓인 감정의 분출구를 이단계에서 잘 마련해주어야 한다. 치료자의 오리엔테이션에 따라 여러 가지 기법이 있겠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안정된 분위기에서 파괴적이 아니면서 쌓아둔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이다. 이때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는데, 편지 쓰기, 빈 의자 기법, 분노와 슬픔 그리기, 피해자를 가장한 고무 풍선이나 모형 피해자를 방망이로 치기 등의 여러 기법이 있다. 한국적인 문화를 고려해서 다딤이를 방망이로 두드리기 등도 시도해 볼 수 있겠다.

 

여섯째 : 자기 수치감 해소 및 정확한 귀인 추구 단계


성피해 여성들은 피해 당할 때 느낀 신체 반응 때문에 자신도 그 폭행의 동조자가 되었고, 몸이 더러워졌다는 데서 오는 수치심과 더러운 여자로서 어떻게 결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두령무 속에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심리 치료는 피해 당시 어린 아이로서 오는 또는 성인이라도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가해자한테서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이루어진다. , 가해자는 성폭행의 책임자이고 그가 전적으로 책임이 있지 자신이 공모자이거나 방조자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때 치료가 촉진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치료자는 성폭행 당할 시에 신체적, 심리적으로 어떤 느낌이었는지 자세히 물어주고 신체로는 느끼는데 감정을 무엇이라고 잘 표현하지 못하면 거기에 대해서 정확한 감정적인 용어를 표현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성폭행에서 느꼈던 수치감이나 죄악감은 전적으로 가해자에 있다고 확신시켜주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일곱째 : 애도와 슬픔의 단계


성피해자가 그 동안 쌓아온 감정에 접근하여 새롭게 느끼고, 자기의 감정을 확인하고 표현했다 하더라도,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만 했는가?(Why me?)"하는 생각과, 지난 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성폭력 때문에 상실당했다는 데서 오는 슬픔과 우울한 마음과 또한 분노의 감정이 교차되면서 찾아오게 된다. 특히, 이 단계에서는 피해 여성들의 이러한 마음 상태를 알아주고 지지해주며 또한 표현해주도록 해야 한다. 이때 내담자가 치료자 앞에서 울 경우 포옹해 주고 울도록 허용적인 분위기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여덟째 : 왜곡된 신념이나 인지의 재구성 단계


이 단계에서는 그 동안 성폭력 피해에서 오는 왜곡된 사고나 생각을 확인하고 그 생각에 도전하고 대안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계이다. 피해 여성들은 "학대당했기에 회복할 수 없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 "세상 모두에게 내 성피해 당한 것이 알려져서 창피하다", "모든 남자는 혐오스럽다: 등의 신념을 가질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그 동안 치료자가 치료 과정을 통해서 피해자 나름대로 가지는 역기능적인 사고들을 열거하면서 소크라테스가 질문하는 식으로 해서 변화시키도록 할 수도 있겠고, Ellis의 합리적-정서적 치료기법(Rational Emotive Therapy)을 사용해서 구체적인 방법으로 심리 교육이 필요하겠다.

 

아홉째 : 성폭행에 대한 공개 및 가해자 대면 단계


외국에서는 성폭행의 치료 과정의 하나로 자신의 치료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 갖기도 하고 자신의 가해자가 주위에 가능한 경우 대면해서 그 동안 받은 상처를 이야기 해 주도록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문화와 의식 구조를 고려할 때, 이러한 과정은 실제적으로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이 단계에서 적어도 가해자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고, 편지를 썼다가 과거를 청산하는 의미로 불에 태워버릴 수도 있다. 집단 상담에 참여하여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 갖는 방법도 좋겠다.

 

열번째 : 자신의 새로운 인생에 대한 결심과 행동 변화 단계


성폭력 피해자는 과거의 왜곡된 자아 개념에 관련된 스트레스와 행동으로부터 벗어나서, 자기를 존중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단계는 자신의 개성화와 과거로부터 구분화를 이루어가는 최종적인 치료단계이다(Wooley and Vigilanti, 1984). 이 단계에서의 치료는 성폭행과 현재 역기능적인 행동과의 연관 관계를 이해하고 파괴적인 방어 기제 사용을 중지하며, 성폭행의 수치심과 죄악감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내적, 심리적 작업을 완성하고, 인간 관계에서 신뢰하고 애정도 주고 받을 수 있는 균형 있는 인간 관계를 형성해 나가게 된다. 가족이나 주위에서 어떠한 시선으로 보던지 간에 피해자 자신이 가진 가치관과 태도가 더 중요하고 어떻게 하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주이나 사회의 지나친 동정이나 도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응하는가를 배워서 생활화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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