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반응의 소거>
US없이 CS를 계속해서 제시하는 절차를 소거(extinction)라고 부른다.
다른 의미에서 보자면 연합되지 않는 것 자체를 학습한다고 할 수 있다.
소거의 결과로 CR이 전혀 안먹히면 (혹은 조건형성 이전보다 덜 일어나면) CR이 소거되었다고 말한다.
언뜻보면 소거는 망각과 무언가 비슷해보인다.
그러나 망각은 시간이 흐르면서 연습을 하지 못해서(할 기회가 없어서) 생기는 수행의 퇴화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종소리를 들려주고 밥을 주는 연습을 대략 10년동안 시키지 않다가 다시 검사를 한다고 해보자.
개가 종소리를 들어도 더이상 침을 흘리지 않는 것은 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거는 이와 매우 다르다.
소거에서는 연습 회기가 계속되지만 종소리와 먹이는 짝지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소거는 CS가 US의 부재와 짝지어지는 조건형성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소거 후에는 CS가 CR을 다시 유발할 수 있는데, 이 현상을 자발적 회복(spontaneous recovery)이라고 한다.
(종소리를 들려주고 밥주는 것을 소거로 그만 두었다가 다시 짝짓기를 시작하면
개는 아마도 "어? 이거 전에도 한번 했던건데"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소거가 CR의 빈도를 0수준으로까지 감소시킬 수는 있지만 조건형성의 효과를 완전히 해소시켜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 명백한 증거는 소거된 CR이 대개 최초의 조건형성시보다 훨씬 더 쉽게 재습득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조건형성의 이론>
(1) 자극대체이론
쉽게 말하면 US->UR 인데 US의 자리를 CS가 대체함으로써 CR이 나온다는 이론이다.
이는 파블로프가 생각한 것으로써, 자극대체이론 또는 자극치환이론(Stimulus Substitution Theory)라 부른다.
자극대체이론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CR과 UR이 항상 같지는 않다는 증거가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조건반응은 UR보다 더 약하고 덜 일관되게 일어나며 더 늦게 일어난다.
그리고 조건 반응과 무조건 반응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경우도 흔히 있다.
종소리와 먹이를 연합시키는 Karl Zener(1937)의 실험에서, CS와 US는 모두 침 분비를 유발하지만,
US는 씹는 운동 외에는 거의 하지 않지만, 반면 CS가 나타나면 개가 활동적이 되기는 해도 씹는 운동을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 이론이 부딪힌 더 심각한 문제점은 CR과 UR이 반대인 경우가 때때로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 충격에 대한 무조건 반응은 심박률의 증가인 반면, 전기충격과 짝지어진 CS는 심박률의 감소를 유발한다.
(2) 준비반응이론
US가 UR을 일으킨다고 할때 US와 짝지어진 CS는 US를 준비하도록 하는 신호작용을 한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개가 종소리를 듣고 침을 흘리는 반응은 개로 하여금 곧 주어질 먹이에 대해서 준비시킨다. 즉, 먹이를 소화시킬 준비를 하는 것이다.
또는 자신을 한 번 문 적이 있는 개를 보고 공포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위험에 맞서 싸우거나 도망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특히 중독성 약물이 관련된 경우에는, 예를 들어 모르핀에 대한 무조건 반응들 중에는 통증 민감도의 감소가 있지만,
모르핀과 연합된 자극에 대한 CR은 통증민감도의 증가이다.
이는 사람들이 특정한 환경에서 어떤 약물을 습관적으로 복용하였을 때 그 환경의 특징들이 약물에 대한 반응의 감소를 일으키는 CS가 됨을 준비한다.
그래서 만약 내가 본드를 흡입하는 사람이라고 할때(;;;) 평소에는 집에서만 본드를 마시다가
갑자기 학교(즉, 낯선 곳)에서 본드를 마시면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같은 양의 본드 두 통을 마셨는데도 말이다.
이것은 같은 양을 마셔도 집에서(즉, 익숙한 환경) 마시게 되면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겨
실제 내 몸에 치사량이 본드 두 통이라고 해도 죽지 않지만, 반면 낯선 환경에서 마시게 되면 죽게 되는 것이다.
<공포>
공포뿐만 아니라 사랑, 증오, 혐오를 비롯한 우리의 정서반응 대부분은 학습되며 그 학습은 주로 파블로프식 조건형성을 통해 이루어진다.
John B. Watson은 이를 조건 정서반응(conditioned emotional reponses)이라고 불렀다.
그의 연구는 정서 장애, 특히 공포증이라 불리는 비합리적인 공포의 이해와 치료를 대단히 향상시켰다.
(사실 Watson이 연구하기 오래 전에 파블로프는 개를 대상으로 조건공포를 연구하였다)
연구자들은 Alber B.라는 11개월된 건강한 유아를 가지고 파블로프식 절차를 통해 인위적으로 공포증을 만들었다.
(상당히 비인간적이긴 하지만 그 당시에 가치관은 지금과는 달랐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 때문에 바로 동물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Albet의 등에 쇠막대기를 묶어놓고 그가 흰 쥐를 만지려고 하면 머리 뒤에서 쇠막대기를 망치로 쳐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이런 큰 소리를 무조건 자극으로 사용한 결과, 흰쥐에 대한 조건공포 반응을 형성시키는 데에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이후로 다른 연구들도 파블로프식 절차가 사람에게 공포를 습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리고 자극의 일반화에 의해, 쥐 뿐만 아니라 그와 비슷한 모든 것에도 공포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흰 것만 보면 무서워 하는)
보통 사람들은 치과에 가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심지어 어떤 때에는 치과에서 쓰는 드릴소리를 상상만 해도 끔찍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제가 그래요;;;)
Watson의 연구는 공포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켰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치료절차들을 유도해내었다.
Jones는 어쩌다가 토끼에 공포증이 생긴 Peter라는 아이를 조건형성을 통해 치료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토끼를 Peterrk가 볼 수 있는 곳에 가져오되 충분히 멀리 두어서 Peter가 크래커와 우유를 간식으로 먹는 동안에 불안해하지 않게끔 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Jones는 공포 CS(토끼가 보이는 것)와 긍정적인 US(크래커와 우유)를 짝지었다.
실험자는 항상 크래커와 우유를 토끼와 짝지으면서 토끼를 Peter에게 더 가까이 가져오기를 매일 계속했는데,
마침내 나중에는 무릎에 토끼를 놓아도 Peter가 전혀 공포를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와 같이 조건형성의 원치 않는 효과를 역전시키는데 파블로프식 절차를 사용하는 것을 역조건형성(counterconditioning)이라고 부른다.
고소공포증을 치료하는 방법도 이와 유사하다.
처음에는 무섭지 않은 높이에서 아래를 계속해서 내려본다.
만약 1층에서 내려다보는게 무섭지 않다면 그 다음엔 2층에 올라가서 전혀 무섭지 않을때까지 계속해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이런식으로 꾸준히 하다보면 결국엔 높은 높이에 올라가도 무섭지 않게 된다. 이같은 방법을 체계적 둔감화라고 한다.
<편견>
고정관념은 어떤 사상이나 정보에 대해 갖고 있는 사고의 틀로, 본래 나쁜 뜻이 아니다.
선입견은 고정관념의 일부로 어떤 것에 대해 미리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을 말하며,
편견역시 고정관념의 일부이긴 하지만 의견 중에서 치우친 것으로,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편견을 갖는다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의미로 볼 때, 미리 판단하는 것, 즉 관련된 사실들을 알기 전에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일본"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사실 "일본"이라는 말 자체는 원래 중성자극이다.
그러나 이것이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US, 쪽바리, 왜놈, 왜곡, 얍삽한, 같은 것들과 연합하여 일본이라는 것에 대하여 나쁜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미국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테러, 전쟁광, 이기주의와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보다 전 세대들에게 미국은 신천지, 자유, 민주주의이다.
따라서 정보가 편견에 대한 치료법으로서 제공될 때가 많다.
편견을 가진 사람에게 계속해서 그와 반대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일생에 걸친 조건형성의 결과인 편견을 없애기에는 약한 것일 수 있다.
<광고>
광고에 많이 쓰이는 기법은 보통 상품과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3B를 연합시키는 것이다.
(3B : Beautiful, Beast, Baby)
이때 상품은 중성자극(연합후에는 CS)이 되고 3B는 US이다.
1982년 Gorn이 실시한 실험에서는 대학생들에게 영화 그리스(Grease)에 나오는 곡조를 들려주거나 인도 전통음악을 들려주었다.
(Gorn은 대학생들이 낯선 인도 음악보다는 미국 대중음악을 더 좋아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음악을 듣는 동안 학생들에게 베이지색 펜 혹은 파란색 펜을 보여주는 슬라이드를 제시하고서, 나중에 학생들에게 두 가지 펜 중 하나를 가져도 된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미국 대중음악을 들은 학생들 중 79%가 음악이 들리는 동안 보았던 것과 같은 색깔의 펜을 선택한 반면,
인도 음악을 들은 학생들 중 30%가 음악을 듣는 동안 슬라이드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색깔의 펜을 선택하였다.
대부분의 광고는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시키는 US와 자사제품을 연합시킨다.
그러나 반대로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시키는 US와 짝짓는 광고도 있다. 바로 공익광고다.
(음주음전을 하면 교통사고가 나고, 담배를 피면 끔찍한 암에 걸리는 것을 보여주는...)
광고에도 차단효과와 과음영화가 있다.
만약 다시다 광고를 하는 김OO씨가 다시다가 아닌 맥심 커피를 선전한다면 이상할 것이다.
(즉 김OO는 맥심 커피와 같은 이미지와 잘 연합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차단이다.
전OO이 너무나 많은 광고에 출연한 나머지 "전OO"하면 딱히 떠오르는 회사 제품이 없는 것은 일종의 과음영화라고 볼 수 있다.
(너무나 많은 CS(제품)과 짝지어지는 바람에 가려버려지는...)
때로 광고에는 내가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효과가 섞여버릴수도 있다.
뉴스에서 고속도로 사고난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마침 그 자리에 커다란 OO화재 간판이 있었다면
그만 그런 부정적 정서와 회사가 연합되어 버리는 수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광고는 CS와 US가 무조건 많이 짝지어진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노출이 너무 심해지면, 즉 광고를 너무 많이 보게되면 마모효과라는 것 때문에 지루해져 버린다.
특히 광고는 마모효과가 빠르므로 적당히 어느정도까지만 시행을 시켜야 할 것이다.
<성도착증>
성도착증에는
관음증(voyeurism :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나체인 사람을 보는 것 또는 성행위 중인 사람을 보는것. 당신에게 관음증이 아예 없다고 부정하지 말 것. 텔레비젼에 나오는 몰래카메라 같은 것이라던가, 연예인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데 무서워 하는 모습을 머리 바로위에 붙여놓은 카메라를 통해 보는 것도 다 관음증의 일종이다)
노출증(exhibitionism :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지 않고 그 사람에게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는 것. 일명 바바리맨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만, 한여름에 거의 벗을똥 말똥한 옷을 입은 여자들도 노출증의 일종이다)
페티시즘(또는 여성물건애, fetishism : 특정 물건이나 신체부위, 예컨대 발 또는 신발에 매력을 느끼는 것. 이런 것이 있는 사람은 성행위를 할때 심지어는 상대가 그 물건을 착용해야만 성적인 흥분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의상도착증(또는 복장도착, transvestism : 이성의 옷을 걸치는 것. cross-dressing이라고도 함. 예전에 텔레비젼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공부잘하는 어느 남학생이 알고보니 빨간 여자내복을 입고 이었더라는 사건도...)
소아기호증(또는 소아애, pedophilia :사춘기 이전의 아동과의 성행위. 피해 아동에게는 어떤 약으로도 평생 고치지 못할 상처를 주는 일이다. 성도착증 중에서 아무래도 가장 문제가 되는 병이 아닐까 한다)
강간(어떤 사람의 동의 없이 그 사람과 성행위를 하는 것. 피해자가 몸부림을 칠 수록 더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데에 문제가 있다)
등이 있다.
성도착증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다. 젊을때(10대, 또는 20대) 발발하여 나이를 많이 먹으면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이런 성도착증은 파블로프식 학습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
예를들어 마조히즘을 보자. 마조히즘은 고통스럽거나 굴욕적인 경험을 함으로써 성적으로 흥분되는 것을 말한다.
어떻게 해서 사람이 정상적으로는 혐오적인 사건들에서 성적 쾌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
고통스러운 혹은 굴욕적인 경험이 성적 자극과 반복해서 짝지어지면 그 혐오적 자극들 자체가 성적으로 흥분적인 것이 될지도 모른다.
(맞는것(CS) + 성적쾌감(US) -> 즐거움(UR))
이는 개를 대상으로 한 전기충격과 먹이를 연합시킨 파블로프(1927)의 실험에서 엿볼수 있다.
성도착증의 치료중 하나는 "혐오치료"로 역시 파블로프식 학습을 통해 불쾌정서와 연합시키는 것이다.
만약 의상도착증으로 고생하는 남성 환자가 있다면 이 환자에게 이성의 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먼저 사진으로 찍은 후
이후 그 사진을 보여줄때마다 구토와 메스꺼움을 유발하는 시체썩는 비슷한 냄새를 맡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는 ’보조’ 회기(정기적인 재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상 그렇게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치료법이 크게 효과가 있다고 하기가 어렵다.
(노출증의 경우, 성기를 노출하고 싶은 욕구가 언제 갑자기 발발할지 모르는데, 그때마다 찾아다니면서 역겨운 냄새를 맡게 해주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즉, 시행이 연속적이지 않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