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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언론보도 : 정인이를 위한 우리의 책임
  • 작성자 : 비움심리상담
  • 작성일 : 2021-09-27
  • 조회 : 349

출처 : http://edu.donga.com/forwarding.php?num=20210127103812597839

 

 

  • 정인이를 위한 우리의 책임

 

최근 심각한 아동학대 뉴스들이 연속적으로 보도되면서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양부모의 잔혹한 학대로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 사건에 온 국민이 충격을 받고 분노했다. 가해자들이 조사받는 날, 경찰서 앞에서는 애도의 화환과 통곡이 이어졌다. 

아동학대가 특히 공분을 사는 이유는 피해 아동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약자라는 점에서 폭력의 ‘일방향성’이라는 부당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은 물리적 폭력에 저항할 수 없고, 더구나 아직 자기 개념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부모의 폭력이 그대로 내재화되어, 향후 성격 형성과 대인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동학대는 아이에 대해 100% 통제권을 가진 부모에 의해,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행해진다는 점에서 ‘용이성’과 ‘은밀성’을 내포한다. 아이는 종종 부모의 모든 개인적, 사회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여과없이 분출하는 무력한 대상이 되기도 하고, 부모의 욕망과 성취의 간극을 투사하는 대상이 되기 쉽다. 그것이 물리적이든, 언어적이든, 정서적이든 말이다. 그럼에도 가정의 울타리 밖으로 삐져나오는 극단적인 폭력만 사회적으로 포착되기 때문에, 은밀한 폭력들은 사랑과 친권이라는 명분으로 모조리 환원된다. 

 

이 대목에서 입양이라는 가족구성방법의 특수성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실제로 아동학대 주요통계(보건복지부, 2019)에 따르면 학대행위자의 대다수인 부모 중 95.7%가 친부나 친모이며, 양부모의 경우는 매우 극소수이다. 최근 우리를 충격으로 몰아간 일련의 사건들은 ‘입양’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가정, 인간의 문제인 것이다.  

상담심리전문가로서 내가 느끼는 절망은, 아동폭력의 위와 같은 특성들을 해결할 구체적인 단초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각하고 잔혹하게 드러나는 행동만을 아동학대로 국한하는 인식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하여 아동의 건강,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서적, 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아동복지법)’이다. 적극적 가해행위에서부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방임까지 학대에 포함된다. 신체적, 성적 학대와 같이 심각하고 명백하게 드러나는 행동만이 학대가 아니라, 아동의 마음 건강을 해치는 말과 행동도 학대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서적 학대는 가장 만연되어 있으며 만성적으로 발생하지만, 가장 알아차리기 힘든 학대이다. 여러 학대 유형들 중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발생율을 보이고 있으며, 아동의 인지·정서적 문제뿐 아니라 향후 성인기까지 일생동안 지속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상담현장에서 반복적 비난, 모욕, 무관심, 거부, 책임전가, 의식주 제한 등의 정서적 학대(abuse)가 훈육(discipline)으로 둔갑되어 아이들에게 행사되는 사례는 수없이 발견된다. 

 

사회화 과정에서 부모의 훈육은 필수적이다. 아이는 앞으로 ‘험한 세상’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훈육에는 부모의 사랑뿐 아니라, 욕망, 감정, 한(恨)이 엉켜 있기 때문에 대부분 처벌 요소가 강하다.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훈육의 원리를 ‘조성(shaping)’, 즉 복잡하거나 새로운 행동을 만들기 위해서 단계적으로 학습을 해가면서 목표행동을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랜 심리학 연구들은 처벌보다는 잘 계획된 강화, 즉 포상이나 칭찬 등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일관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부모 내면의 힘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다. 더군다나 현재와 같은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아이들과 24시간을 보내야 하는 부모들에게는 과한 요구일 수 있다. 이제 훈육과 학대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사랑의 명찰을 단 야누스의 두 얼굴이 되어 버렸다. 개인은 취약하며, 부모라 해도 언제든 폭력의 욕망에 굴복할 수 있다. 

 

자녀양육의 책임, 학대의 가능성을 부모 개인역량에 모두 맡기는 것은 과하고 비현실적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아동학대 연구들을 종합한 최근의 메타연구를 보면, 아동학대의 보호요인 중 주변 환경의 효과가 가장 크다. 현재 시행되는 제도의 개선을 통해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서적 학대가 아동 일생에 갖는 파급력을 고려하여, 아동의 심리·정서적 상태를 세심히 파악하여 전문적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아동의 곁에 있는 교사, 친인척, 주변 이웃 모두가 함께 책임감을 갖고 돕기를 바란다. 학대의 피해자, 가해자, 관찰자들을 위한 예방, 개입, 사후적 상담 개입을 훈련 받은 한국상담심리학회 등 상담심리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권하고 싶다. 

 

또한 부모들에게 자녀양육에 대한 기본적 원리, 효과적인 훈육 방법, 의사소통 전략과 같은 부모교육과 전문상담을 제도적으로 제공하게 되기를 바란다. 누구보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것은 부모 자신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인 사람은 없으며, 부모 또한 자녀의 성장과 함께 부모역할을 배워가야 한다. 효과적인 양육지식이나 부모 역량이 부족할 때에 이를 배우고 익히고 고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정인이와 같은 아이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이다. 아동과 접촉하는 모든 이들의 집중적 관심, 사회적 제도의 효과적 운영이 아동폭력의 은밀성과 용이성을 해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정인이는 우리 사회를 깨웠고 부모들을 흔들었다. 우리의 현실을 알려주었다. 이제 우리가 응답해야 한다. 우리 자신과 주변을 더 깊이 들여야 봐야 할 시점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학대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상담심리학회 홍보위원장 한영주 교수(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에듀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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