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불안을 흡수하는 청소기
생물체는 안정과 성장을 바탕으로 균형을 이루면서 성장과 발달을 거듭하게 된다. 이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안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부모들의 경우는 어린시절에 상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보고 되고 있다. 어린시절의 불행의 경험에 놀라서 안정이라는 방어막 속에서 숨어서 사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러한 부모들은 가족 구성원들의 변화를 거부하게 된다. 왜냐하면 변화는 불안과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불안에 위협을 느끼게 되어 이들은 방어로써 안정에 매달리게 된 것이다. 안정에 집착하게 되면 성장이 중지되거나 지연된다. 결국 성장을 담보로 안정을 지속하게 된 것이다. 자녀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는 꼴이 된다. 자녀는 자신의 발달의 단계에서 통과해야 할 발달 과업에 뒤떨어지게 되고 결국은 문제나 증세로 대답하게 된다. 부모가 자녀의 발달을 허용해주지 않은 것이다. 증세나 문제를 가지게 된 사람은 변화를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사람으로 상징 된다. “도움을 위한 울음”(crying for help)을 울고 있는 사람이다. 증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점에서 보면 변화에 민감하여 가족들의 룰(rules)에 반기를 든 사람이다. 가족의 룰을 깨뜨리는 사람들이다. 몸부림을 칠수록 부모의 컨트롤은 강해진다. 자녀를 컨트롤하려는 시도가 강압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사례: 초등학교 3학년인 A양은 학급에서 문제아로 낙인이 찍혀있다. 공부 시간에 항상 너무 느려서 학습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담임으로부터 여러 번 질책을 당하기 일수였다. A양의 책상 안은 항상 지저분하고 정리정돈이 되어있지 못하다.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과제물을 어머니가 직접 해주기 때문에 A양은 과제물이 어디에 들어있는지 조차 모른다. 온 책상 안을 뒤적이고 찾는다고 북새통을 이룬다고 했다. A양의 어머니를 통해서 A양의 성장 과정을 알게 되었다. A양의 어머니는 임신이 안 되어 9년 동안 불공을 드리거나 병원을 들락거렸다. 겨우 A양을 임신하게 되었고 출생 후 A양은 어머니의 극진한 보호 속에서 자라났다. 어머니는 3학년이 된 A양을 지금도 학교 교실 앞까지 바래다 주고 집에 갔다가 수업이 끝날 무렵이면 학교에 와서 교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A양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A양은 학교에 오가면서 다른 아이들처럼 군것질을 한번도 못해 보았다고 불평을 했다. 어머니가 A양이 군것질이나 불량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지 않을까 염려 걱정 때문에 금지 시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A양이 등교나 하교 때 건널목에서 교통 사고가 나지 않을까 불안해서 항상 등교, 하교 시간에 A양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분석 결과 어머니는 자신의 불안 때문에 A양을 3세 – 5세의 어린이처럼 행동하게 만들고 있었다. 성장해가면서 스스로 자치심을 배우게 하지 못하게 막아 놓고 있다. 치료자는 어머니로부터 A양을 분리 시키고 A양이 자치심을 배우도록 하는데 치료의 초점을 맞추었다. 어머니가 등교, 하교 때 A양을 동반하지 못하게 하고 A양은 학급 동료들과 함께 학교에 등교나 하교를 하도록 친구 몇 명을 A양과 함께 다니도록 담임 선생님에게 부탁을 했다. 집에서 숙제나 과제물을 어머니가 직접 해 주지 못하게 하고 혼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하도록 했다. 매달 일정한 용돈을 주어서 A양이 한번씩 군것질도 하게 했다. 불량한 음식으로 배달이 나지 않을까? 하는 어머니의 염려, 불안을 불식 시키기 위해서 였다. 방과 후에 책상 안을 정리 정돈하게 하였고 혼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집에서 어머니가 직접 숙제와 학습을 가르친다고 A양에게 잔소리와 구박을 해왔던 것을 밝혀내고 학습을 돌보아줄 대학생을 초빙하여 학습 지도를 맡기고 어머니를 A양으로부터 차단 시켰다. 어머니의 스트레스가 분노와 처벌로 변장 되어 A양에게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3개월 치료 후에 A양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등교, 하교 길에 어머니가 없어도 동무들과 잘 다니게 되었고 책상 안의 정리 정돈이나 숙제나 과제물도 자신이 직업 챙길 수가 있게 되었다. 어머니가 초등학교 3학년에 걸 맞는 행동을 수용해주지 못하고 보육원이나 유치원 아동으로 남아 있으라는 과잉보호 때문에 A양은 정신적 성장이 유치원에서 멈춘 것이었다.
성장을 위해서 안정이 희생된 가족한데서 자란 자녀는 “빨리 자라서 어른이 되어 부모를 편안하게 하라”, “빨리 출세나 성공을 해서 부모님의 기대와 소망을 충족시켜 달라”는 부모의 무언의 메시지에 부응한 자녀들이다. 부모님 중에 한 명이 어린시절에 충족하지 못한 소망을 자녀에게 부과해서 자녀를 통한 대리만족을 얻으려고 자녀를 닥달하는 경우나 부모님의 과중한 기대에 눌려서 심한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너무 과중한 짊에 짓눌려서 어린이다움을 잃어버리고 어른의 흉내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부모님의 갈등에 신경을 쓰다 보니 진작 자신이 발달의 과정에서 통과해야 할 과업들을 뒷전으로 미룬 체 부모님의 갈등을 자신의 문제 행동에 집중토록 하여 가족을 구원하려고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이 어른”이 되어 자신의 어린이다움을 희생당한 사람들이다. 부모가 자신들의 책임을 자녀에게 떠 넘긴 것으로 심한 경우에 우리는 이들을 “소년, 소녀 가장”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빨리 어른이되라는 부모의 강압에 떠밀려 자신의 어린시절을 반납한 사람들로써 성장하여 어른이 된 후에 자신의 잃어버린 어린 시절 때문에 성공한다고 해도 항상 마음 속에는 공허하고 삶에 즐거움이 없고 어린시절의 빈자리가 남아 있는 사람들로써 증세나 문제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례 1: 초등학교 5학년인 C군은 수학 경시 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갈 만큼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다. 그는 심한 비만으로 식이 장애를 가지고 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는 책을 보는 것이 취미이다. C군의 어머니는 전문직에 종사했던 경험이 있고 지금은 C군의 학업 지도에 전력을 쏟고 있다. C군의 누나는 약학 대학에 다니고 있고 초, 중, 고등학교를 줄 곧 우등으로 졸업한 모범생이었다. C군은 누나와의 나이 차이가 많다. 부모님이 늦게 출산한 아들로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C군에게 거는 기대는 유별나다. C군의 문제 행동을 분석한 결과 C군은 학교 공부나 방과 후에 공부 스케줄이 쉴 틈이 없이 짜여 있었다. 학교 공부가 끝나면 수학 과외, 영어 회화 과외, 수영, 태권도 등의 학원에 다녀와야 한다. 어머니의 감시 하에 TV 프로그램은 볼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영어 회화 테이프를 들어야 하고 메일 같이 배달되어 오는 학습 문제지를 해야 한다. 학교 과제물, 학원에서 주는 과제물 등에 쉴 시간이 없다. C군은 어머니의 의사에 반대할 수가 없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도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대답하고 어머니가 싫어하는 행동은 피한다. 어머니의 꼭두각시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욕구 만족의 도구로 변해가고 있었다.
사례 2: 박사 학위를 가지고 회사에서 전문인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부인 B는 결혼해서 남편과의 잦은 갈등과 함께 항상 마음 속에는 텅 빈, 공허감 때문에 심리치료를 받게 되었다. 분석 과정에서 부인의 어린시절은 아버지가 폐결핵으로 병원에 장기간 입원 요양을 하는 바람에 어머니가 생활을 꾸려가는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부인은 초, 중, 고등학교 시절에 달동네에 살면서 찌들리게 살아온 가난 보다는 오히려 언니와 오빠의 불량 행동 때문에 이웃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온 것에 늘 가슴 조이며 살았고 동생이지만 언니와 오빠의 행동을 닮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은 박사 학위를 가지고 성공해서 인정 받는 사회인이 되었지만 가슴속에는 늘 텅 빈 공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부인은 어린시절에 수치심, 모욕감을 숨기기 위해서 자신의 가족 구성원들을 동료들에게 숨기면서 살아 왔고 친한 친구가 없이 공부에만 전념해 왔다. 부인은 자신의 어린시절을 철저히 싫어해서 자신의 자아에서 분리 시켜 떼어내려 했고 이것은 자신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수치심, 모욕감에 치를 떨면서 빨리 어른이 되어서 가족 구성원들을 구원해야 한다고 죽을 힘을 다하여 공부에 매진했다. 그녀는 결혼을 해서 출가한 네 번째 자녀이면서도 지금도 가족 문제들을 짊어지고 있다. 어머니는 항상 어떤 문제가 생기면 부인에게 연락을 해 왔고 그녀가 나서서 문제해결을 해 주어야 한다는데 분노하고 있었다. 부인은 어린시절을 철저하게 싫어해서 자신의 기억에서 지우려고 했고 자신의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을 천박한 천민으로 매도해서 자신의 몸에 더러운, 추한, 수치스러운 피가 흐르고 있는 것에 분개하고 있었다. 어린시절을 자아에서 분리시킨 결과 자아 분열로 나타난 해리성 장애로 진단 되었다. 어떤 때는 자신을 끝임 없이 싫어해서 자아를 학대하기도 하여 자신감이 바닥을 치다가도 어떤 때는 자신감에 차서 상대를 매도하는 이중적인 성격에 자신도 놀라서 자신을 스스로 혐오스러운 연극성 장애로 진단하게 된 것이 문제의 핵심으로 떠 올랐다. 치료 과정에서 사라진 어린시절을 애도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드림으로써 분리된 자아를 통합해가면서 자신의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사례 3: 한 월간 잡지의 뒤 표지에 실린 어느 시인의 시가 어린시절의 상실한 아픔을 담고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벌레 먹은 놈은 서둘러 익어버린다. 고생한 것들이 일찍 철들지 ‘불쌍한 것들’. 이 시를 해설한 내용 “어린 아이들이 너무 일찍 철들면 안쓰럽습니다. 어려서는 나이에 어울리는 순수와 어리숙함이 오히려 예쁜 법입니다. 하지만 오죽해서 애 어른이 되었을까요? 서둘러 어른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삶의 위기가 있었겠지요. 벌레 들어 일찍 붉어지는 열매를 보면서 알 듯 싶었습니다.”는 삶의 위기가 어린시절을 빼앗아 가버렸다는 내면의 심리를 잘 묘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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