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감정의 쓰레기통 희생양
살아 있는 생물체는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고 지속시키려고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자정(自淨) 능력이라고 부른다. 자연상태에서 식물들이 태풍으로 쓰러진 후에 쓰러진 등걸은 쇠하고 쓰러진 줄기에서 태양을 향해서 또 다른 새로운 가지를 힘차게 자라게 하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들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조직체가 살아 남기 위해서 취약한 구성원을 희생 시키는 것이나 원시인들이 재난을 피하기 위해서 해마다 신에게 그룹의 안전을 위해서 인간을 제물로 받친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조직체는 스스로 위기에 직면할 때 희생양을 만들어낸다. 심청이는 중국으로 오가며 무역을 하던 상인들이 바다신(神)의 노여움을 달래고 자신들의 안전과 번창을 위해서 인간을 제물로 바친 이야기가 아닌가? 가족이라는 조직체가 발달의 위기에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가족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 기능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가장 예민한 사람을 만들어 내게 되는데 이 사람이 바로 증세를 가진 환자이다. 따라서 가족치료에서는 환자를 가족이라는 조직체가 만들어낸 환자(identified patient) 혹은 표면에 드러난 환자의 개념으로 identified patient의 약자인 IP로 사용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증세를 가진 사람은 가족의 잘못된 기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증세로써 가족의 문제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것이다. 치료자는 이 증세가 어떤 상징을 의미하는지를 분석해 내어야 한다.
안정과 성장
가족이라는 조직체는 안정을 유지하면서 성장을 계속해야 한다. 생물체는 안정과 성장이라는 반대의 개념을 통합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 개념은 헤겔의 변증법의 영향을 받았다. 헤겔의 변증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삶은 어떤 균형에 대한 도전이다. 모순과 반(反) 모순의 결과가 삶이라고 본다. 새로운 이벤트가 평행의 지속을 뒤집어버린다. 필요한 새로운 요소를 첨가함으로써 오늘의 불균형이 내일의 균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인은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상호관계에 의해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구성원 개인의 자치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가족이라는 조직체에 새로운 불균형과 불공평을 창조하게 된다. 이것은 구성원들에게 더 풍부한, 안전한 자유로움과 관심으로 연결 된다. 정체되어 있는 것보다 움직임이 우세한 것이 가족이라는 생물체의 특징이다. 삶은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님을 알고 있다 그래서 삶을 고해라고 부른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삶을 항해에 비유하였다. 조용한 항해를 하다가 폭풍을 만나기도 하고 암초에 좌초하기도 하여 평화로운 항해가 언제 태풍 속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것을 잘 묘사해 주고 있다. 성장에는 반드시 장애물과 고통이 따라오게 되어 있다. 과거에는 갈등과 장애물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신경증 형성의 원인으로 보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갈등과 발달에서 생기는 장애물들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삶에게 부딪치는 각종의 갈등과 고통들을 잘 극복하면 오히려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개념들은 자연 상태의 동물들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 생물들은 알에서 애벌레, 그리고 어른벌레에서 번데기가 되어 나방으로 변화를 거듭한다. 알-->애벌레-->어른벌레-->번데기-->나방으로 변신을 하는 과정에서 개체는 발달의 단계를 거치면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개체가 커지게 되고 변화의 결과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된다.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체는 소멸하게 된다. 안정을 유지하면서 다음 단계로 성장이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갈등이 일어날 때 그 조직체는 일정 기간 일시적으로 발달 위기에 들어간다. 그 시기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면 그 가족의 미래의 이벤트들 즉 갈등, 위기 등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은 증가된다. 그러나 그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가족의 문제 해결 기능은 상처를 받게 되고 장기화 되면 만성적인 기능 장애로 발전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 속에 살고 있는 어떤 개인이나 혹은 그 조직체의 일부 형태가 피해를 입게 되거나 그 일부가 고장이 나서 계속해서 덜커덩 거리는 상황으로 변하게 된다. 커플이나 가족이 치료를 받기 위해서 왔을 때 그들이 발달의 위기에 직면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가족이라는 조직체는 피이드백(feedback)에 의해서 서로간에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 피이드백 이론은 컴퓨터 이론에서 도입된 개념이다. 컴퓨터 이론가인 로버트 웨이너(Robert Weiner)는 커뮤니케이션과 피이드백이 인간의 행동을 지배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보가 인간의 행동을 컨트롤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서로에게 행동을 지시하고 따르고 부응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대화의 룰(rules)이다. 대화를 통해서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고 있다. 구성원들 개개인은 가족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가족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는 상호작용으로 정보가 항상 교환된다. 복잡한 조직체 일수록 정보가 흘러나가고 들어오는 피이드백의 조직이 복잡하다. 이러한 피이드백의 과정이 정보를 받고 보내고 해석하는데 책임이 있다. 피이드백은 정보의 에러를 수정하는 기능, 환경의 자극으로부터 감각을 지각하는 기능, 처리하는 기능, 해석하는 기능, 자극을 보내는 기능,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오는 기능, 해로운 정보를 버리는 기능 등을 가지고 있다(Goldenberg, 1999). 이 피이드백의 기능에 의해서 조직체는 항상 지속적인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냉장고의 온도 감지기는 냉장고 내에서 온도가 상승하면 피이드백에 의해서 스스로 작동이 일어나서 온도를 일정한 수준으로 낮추게 되고 일정한 수준에 도달되면 다시 피이드백에 의해서 냉장고의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지된다. 정보를 주고 받아서 일정한 온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온도 감지기의 피이드백 때문이다. 화재 경보기의 경우에 연기가 자욱하면 화재의 위험을 알리는 경보기가 울리게 된다. 환자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정신병원에서 자주 경보기가 울리니까 귀찮아서 경보기의 벨을 연결한 선을 떼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귀찮아서 위험 경보를 알리는 것을 차단 시켰기 때문에 결국은 화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 인체는 작은 이상에도 본인에게 경보를 알려준다.
사람들이 이것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감기에 걸리면 초반에 코가 씰룩씰룩 해지고 몸이 뻐근하게 되는 증세를 인체가 예고해 준다. 몸살이 오기 전에 몸이 피곤해지고 움직이기 싫어지는 예고된 경고가 온다. 위가 쓰리면 “위에 이상이 있으니 빨리 손을 써라”는 인체의 경고를 우리가 무시하기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최근에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이 신경 안정제와 진통제임이 밝혀졌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주는 경고 신호를 스스로 진통제로써 차단 시켜버리는 것이다. 그 결과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몸의 피이드백은 우리가 모르게 항상 가동이 되고 있다. 대인관계에서 우리는 자신의 얼굴 표정이 상대에게 자신도 모르게 전해지고 있음을 잘 모르고 있다.
대인공포증을 가진 사람이나 정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대에게 가까이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 신호를 이미 자신의 얼굴 표정으로 대상과의 만남이 불편하다는 것을 보내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다. 대상은 이 얼굴 표정을 보고 상대가 자신을 싫어하는 표정을 감지하고 거리감을 두려는 것을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을 싫어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어 다른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비웃고 싫어한다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어 사람들이 자신을 멀리한다고 믿게 된다. 정신분석에서는 이것을 투사(projection)라고 부른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 시켜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믿게 된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은 마음의 과정을 에너지로 해석한 반면에 가족치료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컴퓨터의 개념을 도입하여 정보의 흐름으로 해석한 것이다. 전기 이론에서 정보이론으로 바뀐 것이다. 가족 구성원들은 부모의 기대와 욕구, 소망에 직접 말을 하지 않아도 부모의 얼굴 표정을 보고 부모의 기대에 알맞게 자신이 하는 행동을 끝임 없이 수정하게 된다. 자녀들의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 등은 부모에 의해서 감지되고 자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숨기고 있는지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지 등은 스스로 상호 간에 감지되고 전달되고 있다.
가족이라는 생물체에 위기가 느껴지면 이 피이드백에 의해서 가족이라는 조직체는 지속적인 균형 유지를 위한 기능을 대신하는 대리 기능으로 속죄양을 선택하게 된다. 가족 구성원들이 이러한 위기를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고 스스로 자치심을 희생하는 속죄양을 자청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걸려드는 자녀들은 가장 예민한 자녀들로써 자신이 문제를 일으킴으로써 부모의 주의, 관심을 끌게 되고 부모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을 하는 사람이 증세를 가진 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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