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세계 : 출처; 김정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쉽지 않다. 상대방이
그토록 바라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리고 나도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쓰는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방의 마음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내 마음을 나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만 해당되는 말인가 ?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인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데 반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도 잘 모르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결국 우리 자신의 마음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모함을 당한 사람의 억울한 심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비슷한 경험과 그때의 심정을 기억해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크고 작은 수많은 상처들을 입게 되지만 성장환경과 상황에 따라서는 그 상처들을 치유 받지 못하고
억압하고 덮어버리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 치유 받지 못한 마음의 부분들은 가리어져 본인
스스로에게 어두움으로 남는다.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서 비슷한 상처받은 마음이 있을 때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했듯이 상대에게도 그 상처를 이해해주기 보다는 덮어버리려고 하게 되고, 그 결과 상대에게 새로운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타인의 마음을
치료해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먼저 치유 받아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의 내면세계를 좀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잘못 본거야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불행한 일은 우리 자신의 지각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안 보일 때는 눈을 흘기고 아버지가 보시는 앞에서는 미소를 지어보이는 계모를 불신하는 것은 건강한
아이다. 비록 아이는 현재 계모로부터 구박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의 흔들리지 않는 지각이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자라서 이 다음에 나쁜 계모에게 복수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어렵지만 꿋꿋이
견뎌나갈 수 있다.
그러나 만일 비슷한 상황이 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벌어진다면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즉, 아이는 자신의 지각에 대한 확신을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 오빠와 차별대우하는 어머니에 대해 항의하는 아이에게 어머니는 그렇지 않다고 아이의 지각을 부정해버리고, 그 말을 들은 아이는 "내가 잘못 본걸 거야. 어머니가 나도 사랑한다고 말했으니까!" 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지각을 부정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해서 벌어지면 아이는 점점 자신의 지각에 대한 확신이 없어진다. 이때 오빠와 차별대우를 받는 것도 상처가 되지만 자신의 지각에 대해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자신의 지각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부당한 대우에 대해 계속 항의할 수 있고,
만일 그것이 받아지지 않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정당성에 대해서만은 신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지각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 적전분열이 되어 행동목표를 상실하고 만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존재
기반이 흔들리게 되며 결국 깊은 마음의 병이 된다.
한 여인이 갓난아기를 업고 막 두 돌이 되었을까 말까 한 아이를 걸려서 지하도를 올라온다. 양손에는 무거운 장바구니가 들려 있다. 아이가 계단을 다 올라와가지고는
갑자기 앞으로 폭 고꾸라지며 이마를 돌계단에 찧는다. 아이가 얼굴이 이지러지며 울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이 깜짝 놀라며 아이를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 순간 아이 엄마가 고함을 지른다. "가만 놔두세요. 가만 놔두세요. 혼자 내버려둬야 돼요!" 아이가 어머니의 외치는 소리를
듣고 상황을 파악한 듯 울지도 못하고 일어선다. 사람들이 속으로 혀를 차며 지나간다.
아이는 울고 싶지만 어머니가 받아주지 않으므로 울지 못한다.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면 마침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 속에서 무언가 잘못된
것이 들어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상대가 자기에게 부당한 일을 해도 그것이 그의 잘못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어 뭐라고 말도 못한다. 심지어는
그런 일을 당해도 분노나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의 지각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한 내담자는 남자친구로부터 심한 말을 듣고 마음이 많이 상해서 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감정을 묻는 말에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눈물은 왜 나오느냐고 물으니 자기는 원래 눈물이 많은데 혹시 뇌기능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되물었다. 그녀가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왔다.
그런데도 그녀는 계속 "제가 좀더 친절하게 대했으면 남자친구가
화를 안 내었을 텐데"라며 자기비난만 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릴 적에 어머니가 몸이 약한데 직장까지 다니느라 힘들어 딸에게 자주 신경질을 내고 그녀의 감정은 제대로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자기에게 뭔가 잘못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살아왔다.
대인관계에서도 자신감이 없어 타인이 자기를 싫어할까봐 항상 남의 눈치를 보는 습관이 있었다.
남자친구에게도 그녀는 요즘 사람 같지 않게 너무 잘해주는데 그런 그녀에게 습관이 된 남자친구는 처음에는 안 그러던
사람이 요즘에는 사소한 것을 가지고도 트집을 잡아 화를 내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불안해지고
자기가 뭔가 잘못해서 그런 것 같아 죄책감이 들고, 자신이 좀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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