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에 관한 심리학 이야기
우리가 맺어 온 관계들을 생각해 보자. 헤어짐을 기대하고 관계를 맺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헤어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헤어짐을 예상할 수 있든 갑작스럽게 다가오든… 헤어짐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헤어짐의 여러 복잡한 측면을 짧은 글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헤어짐의 과정에서 생각할만한 몇 가지 부분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이전 캐스트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맺는 관계가 항상 아름답게 지속되지는 않는다. 서로에 대한 관여의 정도가 커질수록 다툴 일이 많아지고 잦은 다툼은 결국 헤어짐으로 이어지게 된다.
대화를 통해 엿보기
얘기가 통하는 사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좋다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아마도 대화가 관계의 형성 및 유지에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화로 인해 많은 다툼이 발생하게 되고 심한 경우 헤어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흔히 거론되는 아주 익숙한 상황 하나를 생각해 보자. 이성 관계가 발전하다 보면 결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한 쪽에서는 결혼 후의 희망찬 미래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다른 한 쪽은 현재 그들에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에 상처를 받아 다툼으로 이어진다. 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대화의 방향이 달라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상황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국은 양 쪽의 의견 모두 중요한 것이고 사실 그들도 이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다툼으로 이어질까?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공감의 여부이다.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지만, 내 의견에 먼저 동조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이전 캐스트에서 소개했던 접근과 회피 동기의 작용이다. 접근 동기가 작용할 때는 좋은 것을 얻거나 행복해지고 싶은 정서가 동반되는 반면, 회피 동기가 작용할 때는 좋지 않은 것을 피하거나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정서가 동반된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연구를 통해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가 충돌할 때 인간의 수행이 저조해지는 것이 확인되었다1). 이를 위의 상황에 적용해 보면, 접근 동기를 바탕으로 희망찬 미래를 생각하는 쪽과 회피 동기를 바탕으로 불안 요소들을 제거하는 쪽의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 행동의 동기가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대화의 방향을 통해 상대방이 현재의 대화 상황에서 가지고 있는 동기(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다툼의 상황을 조금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에게 다른 기억
영화 ‘오! 수정’에서 홍상수 감독은 관계의 당사자들의 기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도 일상 생활에서 쉽게 기억의 편차를 경험한다. 같은 사건을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기억은 다르다. 그 이유는 기억이 이전 사건의 복사판이 아니라 기억을 해내는 사람의 재구성 과정을 거쳐 나온 산물이기 때문이다2). 우리가 사건에 대한 기억을 저장할 때, 많은 경우에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현저한 자극이 저장된다. 대부분의 경우 세부 사항들은 저장되지 않는다. 그리고 해당 사건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저장되어 있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기억은 본인이 재구성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각자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억의 편차는 서로의 오해를 가중시키게 되고 헤어짐의 단초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억에서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를 것이며,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편향된 기억들의 무게가 점차 커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극복하기 어려운 차이로 발전되어 헤어짐으로 이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같은 기억의 편차는 헤어짐에 맞서는 과정에서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각자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구성해 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억을 되짚어 보면서 본인의 행동이나 상황은 잊어버린 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게 된다. 한 번쯤은 본인의 기억이 혼자만의 기억이거나 편향된 기억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헤어짐에 맞서기
헤어짐에 맞닥뜨리게 되면 불편한 정서의 경험과 더불어 헤어짐에 이르게 된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 연이어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최근의 경험일수록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동일한 부정적 사건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해당 사건의 시간적 위치에 따라 전체 과정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즉, 헤어짐의 직전에 경험한 사건에 의해 판단의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의 관계에 대한 판단이 마지막에 경험한 한 두 개의 사건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헤어짐과 같은 정서적 크기가 큰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은, 단편적이지만 현저한 기억의 흔적들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사건을 경험한 직후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후 정서적 영향이 줄어들게 되면 기억의 치우침이 줄어들 가능성을 보이게 된다. 조금 시간을 두고 자신의 경험을 되짚어 본다면, 한 두 개의 부정적인 경험이 오랫동안 맺어온 관계를 뒤덮어버리는 일은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처럼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노력을 한다면 자신이 경험한 헤어짐이 다음 관계의 형성에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관계의 경험을 성장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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