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특별한 인연
우리는 배우자를 어떻게 선택하는가?
최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청소년 여학생들은 절반이 채 안되고 남학생들은 60%를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결혼은 점점 당연한 것에서 선택의 문제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요즘에도 여전히 결혼은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인 것도 사실이며 무수하게 많은 장애물과 조건(?)의 산맥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에 성공한 사람들은 진심으로 축하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될까?
배우자 선택과 관련된 심리학적 이론인 Udry(1971)의 여과이론(filter theory)에 따르면 우리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필터들이 존재하며 우리의 잠재적 배우자는 각각의 필터들을 통과한 사람들 중에서 선택된다. 그럼 배우자 선택 시 작용하는 필터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근접성(propinquity) – 무엇보다도 지리적으로 가깝고 자주 볼 확률이 높아야 한다. 물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과 같은 사례도 존재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잠재적 상대는 이 단계에서 제거된다.
2. 매력(attractiveness) – 매력적이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는 금방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초기 단계에서 매력은 선택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3. 사회적 배경(social background) – 종교, 직업, 교육, 사회계층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유사한 배경을 가져야 한다. 사회적 배경도 금방 파악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 중요하게 간주되며 본인보다는 주변에서 사회적 배경에 대해 더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4. 의견 동의(consensus) – 상대방이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과 태도를 갖고 있는지 여부이며 특히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는지와 각자의 역할에 대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회적 배경보다는 파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며 상대방에 대한 좀 더 깊은 관심을 필요로 한다.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상대의 태도와 가치관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5. 상호보완(complementarity) - 우리는 유사한 사회적 배경,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을 원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동시에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나랑 다른 사람을 원한다. 예를 들어서 수동적인 사람은 권위적인 사람을 선호할 수 있다. 이것이 남들이 보기에 정반대의 성격인 것 같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6. 결혼 준비(readiness for marriage) - 무엇보다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자신이 만난 제일 좋은 사람과 결혼하기보다는 결혼하려는 시기에 만난 사람과 결혼한다라는 말을 잘 새겨봐야 할 것이다.
물론 앞서 말한 필터들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여 배우자를 선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최적 기준 모델(Ideal Standards Model)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배우자 상과 현재 우리가 만나고 있는 사람의 차이를 파악하고 그 차이가 얼마나 적은지에 따라 배우자로 선택할지를 결정한다(Simpson, Fletcher, & Campbell, 2000).
즉, 우리는 돈 많고, 능력 좋고, 잘생기고, 마음씨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며 그런 사람이 나와 결혼할 확률은 더더욱 낮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요소에서 타협점을 찾고 적당히 양보하면서 배우자를 찾는다. 이때 사람들은 자신이 만나고 있는 사람을 남들이 보는 객관적인 시각에 비해 더 좋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흔히 말하는 콩깍지가 씐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다.
부부: 새로운 관계의 시작
그렇다면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모든 것이 끝나는가? 사실은 이제부터 진짜다. 생판 몰랐던, 혈연도 아닌데 우리가 부부라는 이름 아래 가족이 된 것이다. 결혼을 통한 가족의 구성은 각기 다른 환경과 생활양식으로 자라온 사람들에게 큰 도전이며 부부간의 인지적 노력, 정서적인 노력, 행동의 변화와 같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스트레스 상황이다.
대부분 결혼 준비를 한다고 하면 예식장, 살 집, 혼수, 가전제품과 같이 돈이 들어가는 것들을 어찌할지를 결정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그것보다도 변화된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심리적 준비가 더욱 필요하다. 즉, 어떤 냉장고, 침대, 소파가 우리 집에 잘 어울리는가가 아니라 내가 이 사람과 잘 어우러져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부부라는 새로운 관계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하기 전부터 자신의 부모님을 통해 부부간의 상호작용 방식과 가족의 역할에 대해 일정한 상을 형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나도 우리 아버지/어머니처럼 살 거야’, 혹은 ‘난 절대로 우리 부모님처럼 살지는 않을 거야’와 같은 부부관계에 대한 나름의 틀을 형성하고 그 틀에 따라 살아가려 한다. 서로의 부부상이 비슷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그 밖에도 우리에게는 치약을 짜는 방식에서부터 잠버릇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방식이 있으며 어떤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한 판단 이전에 기본적으로 자신이 익숙한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방은 그러한 방식이 익숙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듯 오랜 시간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해온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한 방식이 있는데 서로 간에 자기 자신이 변화하려 하기보다는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원만한 관계형성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신혼부부가 자주 싸우는 이유는 배우자 같이 사는 삶, 부부로서의 생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흔히들 부부는 일심동체라 하지만 부부 관계는 서로가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른 점들을 조화시켜 개인으로서, 부부로서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다. 일치와는 달리 조화는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서 출발한다. 내가 다른 사람의 생활방식을 존중하고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상대방도 역시 그러한지에 대해 파악하고 조화를 이루어가도록 노력하자.
부부라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심리적 독립이다. 결혼 적령기라면 인간의 발달과정상 벌써 경제적, 심리적, 정신적 독립이 이루어졌어야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졌었다면 이제는 시급한 문제이다.
남자에게 결혼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다가 부인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우스개 소리이긴 하지만 일정 부분은 맞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성장기에는 양육자에게 의존하여 살다가 성인이 되면서 점차 경제적, 심리적으로 독립을 하게 되지만 결혼 생활은 독립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의존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즉, 각자의 원래의 가족들과 독립적이지만 서로에게 의존적인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관계를 잘 정립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에 형성된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결혼을 둘 사이의 결합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의 결합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때로는 이러한 관계 정립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결혼 전부터 배우자의 원래의 가족과 올바른 관계를 수립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시어머니, 처가 이야기나 수많은 고부갈등 스토리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이다.
Huston, McHale과 Crouter(1984)는 결혼 1년차인 신혼부부들을 추적조사했는데, 그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예상대로이다. 결혼 1년 후에는 결혼 당시보다 배우자와의 관계에 덜 만족하고, 결혼할 때만큼 사랑하고 있지 않으며, 결혼에 대해 덜 행복하게 생각한다. 정말로 결혼은 미친 짓인가 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다. 결혼 전에는 데이트와 같은 여가활동 형태의 상호작용을 더 많이 하지만 결혼 후에는 청소, 집안 경조사와 같은 생활의 형태의 상호작용 시간이 많아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몇 년 전에 결혼한 친구의 얼굴에서 행복감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왜일까? 결혼한 사람은 비혼/사별자에 비해 기대수명이 높으며, 사망 위험율은 낮다. 또한 결혼 후 전에 비해 먹을 것을 규칙적으로 잘 챙겨먹고, 더 건강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며, 배우자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친구, 친척, 원가족)로 사회적 관계를 확장시키고, 배우자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와 관심을 얻게 되며, 경제적으로는 전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즉 결혼이 미친 짓인 것만은 아니다.
결혼 생활에 대한 정답은 없다
사람들은 나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기를 희망한다. 대부분 ‘부부 간에 공통된 취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부부 간의 공통된 취미를 가졌더라도 갈등의 골이 깊을 때는 공통 취미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으며 부부 간에도 자신만의 시간이 절실하다.
분명한 것은 부부관계의 유지는 사랑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고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더욱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결혼 전부터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혼 생활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를 갖도록 하자. 각자의 원래의 가족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자. 그리고 결혼 후에라도 대화를 통해 부부 간의 협력과 역할분담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둘 사이의 갈등을 조절하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만들어 나아가고 나름의 스트레스 대처 방식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는 결혼 전보다 결혼 후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결혼이 미친 짓인지 아닌지는 각자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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