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이 힘든 이유
호감의 형성과 연인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유사성(similarity)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유사성은 심리적 거리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어 내가 그 사람과 얼마나 유사한가에 따라 나와 상대의 거리를 판단하게 된다. 또한 유사성은 나와 비슷한 것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내가 선택한 것을 같이 선택한다는 것은 내 선택이 옳았다고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더욱 연인 관계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1)
연애 초기에 연인들은 서로를 탐색하는데 이 때 서로를 바라보는 눈은 소위 말하는 콩깍지가 씐 눈이기에 우리는 하나여야 하고, 하나일 것만 같기 때문에 서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유사성을 찾는 데 집중한다.
갈등 그 사소하지 않은 시작
연인과의 갈등을 보는 관점은 심리학 내에서도 다양하다. 연인들이 상황이나 갈등을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관점과 애착성향이나 거부민감성과 같은 개인적 요소들로 갈등을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연인과의 갈등을 과거 부모와의 관계에서 발생된 미해결된 문제가 가까운 관계, 즉 나의 연인에게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라 보기도 한다.
연인과의 갈등에 대한 원인도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Buss(1989)는 친밀한 관계에서 어떨 때 상대에게 화가 나는지에 대해 조사하였는데, 그 결과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유(예를 들어 내 앞에서 트림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에서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남들 앞에서 무시한다)에 이르기까지 147개의 매우 다양한 응답이 나왔다. 연구자는 이와 같은 이유들을 크게 15개의 범주로 구분하였는데 범주를 모두 열거할 수는 없지만 남녀 모두가 서로에게 충실하다는 느낌이 부족하거나 나를 무시하고 잘난 척 하는 태도가 마음을 상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 답하였다.
Fisher 등(2010)은 fMRI를 통해 사랑에 빠진 사람들과 거절당해 헤어졌지만 여전히 상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연인(혹인 이전의 연인)의 사진을 봤을 때의 두뇌 활동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는 중독에 빠진 사람이나 위험한 도전을 하는 사람들의 뇌와 마찬가지로 보상에 민감한 도파민 보상 시스템의 활성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런데 거절당해 헤어진 연인들이 이전 연인의 사진을 봤을 때에도 여전히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와 비슷하게 도파민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헤어짐이 그토록 힘든 이유일 수 있다. 연인관계에서의 거절당함을 극복하는 것은 중독을 극복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것이다. 거절당해 헤어진 사람들은 또한 피부나 근육의 고통과 같은 신체적 통증에 민감한 뇌 영역에서도 활성화를 보였다. 즉, 헤어진 사람들은 실제로 ‘마음이 아프다.’
갑자기 충분한 설명 없이 약속 취소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에서부터 노골적으로 헤어지자는 사인을 보내는 것과 같이, 연인으로부터 거부적인 메시지를 받는 경우에는 외로움과 두려움, 버림받은 느낌 등으로 불안을 경험한다. 반대로 상대와의 수용, 교감이 잘 되고 있다고 인지하는 상태에서는 불안이나 고통을 유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조차 몸이 안정적으로 반응하며 고통을 예측하고 있는 신경활동이 감소한다(Coan 등, 2006). 사람은 생각 이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간절하다.
사랑과 이별을 설명하는데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 뇌 영역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실로 낭만적이지 않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데 기여하는 화학물질이 연인과의 갈등, 연인이 거부할 때 나로 하여금 걱정과 분노를 야기하게 한다. 이러한 사랑과 마찬가지로 분노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가 있어야 싸움도 하고, 관계를 개선시키고자 노력도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인간은 사회적이고 관계를 추구하는 동물이다
갈등으로 인하여 처음의 좋았던 것보다 현재의 고통에 집중해버리면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 상대방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한다면 억울함이 느껴지고, 상대가 말하는 도중에라도 말을 끊고 그게 아니었다고 내 입장을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설사 상대가 잘못 오해하고 있었을 지라도 ‘아~ 그랬구나’하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은 생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몇 년 전 모 TV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마주한 상태에서, 상대가 그때 나는 이랬다고 느낌을 이야기하면 어떠한 반문이나 합리화하려는 과정 없이 무조건 수용하기 즉, ‘그랬구나. 내가 그렇게 해서 네가 그렇게 느꼈었구나’ 하고 말하게 하였다. 예능프로그램이라 웃음에 더욱 초점을 두었지만 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가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효과적인 소통도 연인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데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화가 났을 때 화를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화가 났는지 알 방법이 없다.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몰라주면 더욱 화가 치민다. 만일 화난 상태를 담아둔다면 이후에 다른 일들로 인해 화가 폭발했을 때 이전 것들을 꺼내는 적대적 감정이 확산될 수 있으며 그 결과 곰곰이 생각해보면 별로 심각하지 않은 일로 헤어질 수 있다.
다만 마음이 상한 이유가 사소한 것이고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면 화를 표현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좋다. 모든 사소한 일에 다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테니. 만일 화를 표현하기로 결정하면 적절한 표현 수준을 결정하여 올바로 표현해야 할 것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화를 낼 때는 그 사람의 특성이나 성격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특정한 상황에서의 행동(즉 특정 사건) 자체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의견을 솔직히 표현해야 한다. 화나 비난이 그 사람의 성격∙특성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자칫 더 큰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다시 위에서 말한 남과 여의 상황으로 돌아가자.
대신
어떤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일까? 솔직한 대화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연인 사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솔직해지는 것이야말로 갈등을 올바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단, 비난이나 조롱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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