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정체감의 형성과 심리적 독립
‘어느 순간 누군가의 간섭이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스스로 판단하고 알아서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걱정은 끊이질 않는다. 제발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위와 같은 생각이 든다면, 심리적 독립 혹은 분리1)가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심리적 독립은 유아기에 이은 두 번째 분리로 아동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청소년기로 접어 들며 사춘기를 겪게 되면,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심리적 측면의 변화가 나타난다. 아동기에 형성되었던 부모(양육자)와의 관계를 넘어서게 되면서, 이전과는 구별되는 자아 의식이 형성되며 개인화 과정을 겪게 되며, 자아정체감을 발전시키게 된다.
또한 이 시기를 통해 내면의 자아를 이해하고 표현하기 시작할 뿐만 아니라 관계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즉,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고 그에 걸맞은 방식으로 자아를 재구성하게 된다. 이처럼 심리적 독립과 자아정체감의 형성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자아정체감과 심리적 독립
자아정체감 발달에 관한 연구는 Erikson의 이론 을 기반으로 하여 확장되어 왔다. 특히 James Marcia(1980)는 에릭슨의 이론을 확장시켜 청소년기의 자아정체감 발달 양상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으며, 아래의 4단계를 거치며 자아정체감이 발달된다고 하였다. 대학 진학을 위해 입시 준비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각 단계를 간단히 살펴 보면 아래와 같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자아정체감 발달은 10대 중반에서 20대 중반에 걸쳐 발달되며 이 과정에서 부모님과의 애착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애착 형성과 자아정체감 발달은 정적 상관관계를 보이며,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심리적 독립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이 시기에 경험하게 되는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가 바로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을 이유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되는 것인데, 이는 청소년의 심리적 독립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심리적 독립은 이 시기에 이루어지는 것일까?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심리적 독립의 시기는 점차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마마보이, 파파걸, 헬리콥터맘, 캥거루족’과 같은 신조어2)를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대학생 자식의 학점 변경을 위해 교수에게 전화를 한다거나 직장, 배우자, 주거지 등을 선택해 주기도 한다.
이들은 모든 결정을 부모에게 맡기는 것을 넘어서서 생활의 대부분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나이에 상관없이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고령화 가족’도 나타난다. 이러한 경우 청소년기에 이루어지는 자아정체감 발달이 지연되고, 당연히 심리적 독립이 제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과 부모 모두의 심리적 독립: 분리불안 장애의 가능성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경우가 자식을 돌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지나치게 나타난 것이라고 쉽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청소년의 심리적 독립이 단지 청소년에게만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고등학교 졸업을 전후해서 독립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한다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거의 20여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살며 자신이 돌봐왔던 존재를 놓아주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부모의 돌봄으로부터 벗어나는 시기의 청소년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상황을 맞이해야 하는 부모 역시 심리적 독립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잠재적으로 청소년과 부모 모두의 분리불안을 유발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청소년의 경우 이 시기에 분리불안장애를 겪을 수 있다. 분리불안 장애는 애착의 대상이나 상황으로부터 떨어질 때 심한 불안을 나타내는 정서적 장애로 청소년의 경우 과도한 두려움, 걱정, 안절부절 등이 증상이 나타나며, 학교 생활이나 대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부모도 분리불안을 겪을 수 있는데, 장애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상당한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하며 자녀들의 동선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감시하는 경우들이 보고된다.
그렇다면 심리적 독립 과정에서 부모의 분리불안과 청소년의 자아정체감 형성 및 심리적 독립은 어떤 관계를 보일까? 이와 관련하여 대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Bartle-Haring 등(2002)의 종단 연구는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어머니가 자식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느낄수록 자아정체감 혼미를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즉, 어머니의 보호 아래 자녀는 생각할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의 분리불안을 아버지와 어머니의 경우로 나누어 봤을 때, 어머니의 분리불안은 자녀의 자아정체감 발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반면 아버지의 분리불안은 자녀의 성별에 따라 상반된 영향을 주었다. 특히 자아정체감 폐쇄와 관련하여 아버지의 분리불안 증가는 딸의 자아정체감 폐쇄를 증가시키는 반면, 아들의 경우는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즉, 아버지가 분리불안을 많이 느끼게 되면 자녀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는데, 딸의 경우 아버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반면 아들의 경우 아버지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의 연구 결과는 미국의 사례이기 때문에, 우리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분리불안이 자녀의 자아정체감 형성 및 심리적 독립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심리적 독립은 쉬운 과정이 아니며 부모와 자녀 모두 분리불안을 겪을 수 있다.
심리적 독립이 좀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첫 번째 단계라는 측면에서, 적절한 시기에 심리적 독립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이후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고통스러울 수 있는 과정을 겪어야 할 지도 모른다. 또한 자녀의 경우 부모 역시 자녀의 심리적 독립으로 인한 불안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부모와의 관계를 유지한다면, 이 과정에서 흔히 겪게 되는 부모와의 갈등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심리적 독립의 시작 - 자아정체감의 형성과 심리적 독립 (생애 주기에 따른 관계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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