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의 첫 상호작용
세상과의 첫 번째 상호작용은 부모와 이루어지고, 우리는 부모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많은 것들을 학습해 나가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사소통은 과연 언제 시작되는 걸까?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함’이라는 의사소통의 사전적 의미를 고려해 본다면, 아마도 태아가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생명체가 잉태되는 그 순간부터 태아와 엄마와의 의사소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엄마와 태아의 상호작용: 태교
엄마-태아의 의사소통 혹은 상호작용은 태아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를 태교라고 부르며 태아를 하나의 인격체로 간주하고 태아와의 의사소통을 해 나간다. 거의 모든 이들이 태아와의 의사소통, 즉 태교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정작 태교를 통해 태아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측면에 대해서 명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음악을 들으면 태아의 발달에 좋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효과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대표적인 예로 모차르트 효과를 들 수 있으며, 아래의 설명을 참조하기 바란다).
엄마-태아의 의사소통이 태아의 발달에 중요하다면,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서 할 수 있는 기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태아의 감각 기능에 대해 논쟁이 있지만, 태아가 소리에 반응하며, 맛의 차이를 느끼고, 엄마의 정서 반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에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한다. 6개월 정도 된 태아가 엄마의 말소리를 듣고 그 리듬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기도 하며, 출생 후 뱃속에서 들은 모국어에 대한 선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1).
양수에 인공감미료가 함유되면 마시는 양이 두 배로 늘어나기도 하고, 엄마의 정서 반응으로 호르몬의 변화가 유발되면 그에 반응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엄마들은 단순한 상호작용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두뇌 발달 혹은 인지 능력의 발달이다.
모차르트 효과: 음악 태교를 통한 두뇌 발달?
그렇다면 엄마-태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지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동시에 여전히 논쟁 중인 주장이 바로 모차르트 효과(Mozart Effect)다. 아마 태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본 모차르트 효과는, 간략히 말해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공간 추리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라는 주장이다. 모차르트 효과는 1993년 라우셔(Rauscher) 등에 의해 [Nature]에 발표된 논문에 근거를 두고 있다. 모차르트의 곡을 들은 집단이 구술 휴식 테이프를 듣거나 아무 것도 듣지 않는 집단과 비교했을 때 공간 추리 능력 과제의 수행이 더 우수하게 나타났다2). 해당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 모차르트의 곡이 담긴 음반은 동이 났으며, 일부 업자들은 연구의 결과를 과대 포장하여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두뇌 발달 혹은 인지 능력의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선전하였다.
정말 모차르트의 음악은 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한가? Rauscher등의 연구 결과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모차르트 음악은 전반적인 지능이 아닌 공간 추리 능력을 향상시켰으며, 이마저도 약 15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만 지속되었다. 또한 유사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일관되게 모차르트 효과를 지지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모차르트 효과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 음악과 다른 고전 음악을 비교한 연구에서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다른 종류의 공간 추리 능력 과제를 사용한 경우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경우도 보고되었다3).
어린 아이나 태아에게는 모차르트 효과가 나타날까? 실제 태아를 대상으로 연구가 거의 수행되지 않았으며, 더구나 인지 능력 발달을 직접적으로 측정하여 향상된 결과를 보여준 연구가 없었다. 그렇다면 태교 음악으로 모차르트 곡들을 들려 주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이 될까? 아마 우리가 듣는 곡과는 상당히 다른 곡을 듣고 있을 것이다. 소리는 매질을 거치며 일부 주파수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엄마의 배에 직접 헤드폰을 대고 음악을 들려준다 해도 피부와 양수를 통과하면서 특히 높은 주파수의 소리들이 사라져 원래 곡과는 많이 다르게 들릴 것이다(그림과 같이 헤드폰을 배에 직접 대고 너무 큰 소리를 들려 주면 오히려 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태교 중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일까?
엄마와 태아의 정서 교감 가능성
음악 감상과 정서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으며, 음악을 통해 청자의 정서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음악을 통해 엄마에게 형성된 좋은 정서가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이와 관련된 동물 실험을 살펴 보자. 임신한 쥐를 대상으로 뱃속의 새끼에 대한 음악의 영향력을 측정한 연구에서, 소음에 노출된 쥐에 반해 고전 음악에 노출된 쥐가 낳은 새끼의 공간 학습 능력이 뛰어났으며 이와 관련된 뇌 영역인 해마의 신경세포 발생 정도도 우수하게 나타났다4). 이 실험의 결과를 통해 음악이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임신 기간 동안 엄마와 태아 모두에게 주변 환경이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시 말해, 주변의 소음으로 인한 엄마의 불편한 정서는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며, 같은 원리로 음악을 통해 형성된 편안한 정서는 태아도 편안하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엄마-태아의 정서 교감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될까? 인간의 정서 반응은 생리적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으며, 엄마의 정서 반응으로 인해 유발된 생리적 변화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이 되어 태아도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태아의 신경계 형성 과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음악 감상을 통해 즐거운 혹은 안정적인 정서 상태가 형성되면, 이에 해당되는 생리적 변화가 유발되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의사소통은 뱃속에서 엄마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작된다. 태아는 엄마를 통해 세상을 배우며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며 엄마는 건강하고 총명한 아이의 출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엄마는 오염 물질, 소음, 해로운 음식 등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리고 엄마가 받은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기존의 연구에서 담배, 술, 화학 물질 등 태아의 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형 발생 물질의 효과가 확인되어 왔다. 마찬가지로 엄마의 정서 상태 역시 태아와의 교감을 통해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모차르트 음악에 매달리기 보다는 좋은 생각과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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