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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 평판 -관계의 시작이자 관계의 결과-출처: 네이버 캐스트
  • 작성자 : 비움심리상담
  • 작성일 : 2018-09-08
  • 조회 : 1900

평판

관계의 시작이자 관계의 결과

흔히 인간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유지하며 특정 집단에 소속되고자 한다. 인간에게 관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소속 욕구 이론(need to belong theory)을 제안한 Baumeister와 Leary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대인 관계를 유지하고 집단에 속하고자 하는 생물학적인 욕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후의 뇌과학 연구들은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배제되거나 소외되었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이 신체의 물리적인 고통을 느낄 때의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과 일치하였다. 즉, 관계에서의 이탈 혹은 배제는 실제로 상처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소속 욕구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집단에 속하고자 하는 생물학적인 욕구가 있다.

그리고 인간은 단순히 관계를 맺거나 유지하기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인정 받고 호감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본인이 남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에 대해 민감하다.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할 수는 있으나 항상 주변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소문, 구설수, 가십 따위에 신경을 쓰게 되며, 최근에는 온라인에서의 관계가 발달함에 따라 댓글이나 ‘좋아요’의 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Twenge 등(2002, 2007)의 연구는 인간이 타인의 평가에 얼마나 민감한지에 대해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참가자들에게 성격 검사를 실시한 후, 실제 결과를 주지 않고 “당신은 결국 말년에 홀로 외로이 지내게 될 유형입니다”라고 거짓 결과를 말해준 다음 참가자들의 행동을 관찰하였다. 본인이 사회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는 평가를 들은 후, 참가자들의 자멸적인 행동은 증가하였고 친사회적인 행동은 감소하였다. 좀더 자세히 보면 건강에 좋지 않은 행동이 증가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행위 탐닉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기부 행위가 줄고 자원봉사도 줄고 타인과의 공동 작업에서 비협조적인 모습도 나타냈다. 즉, 사회에서의 배제는 존재감의 저하 및 타인에 대한 이해 능력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위의 사람들 그리고 평판

이처럼 우리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그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살아간다. 성공적인 혹은 안전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관계를 맺고자 하는 타인에 대한 정확한 평가 및 판단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주위의 사람들을 네 편 내 편 혹은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으로 구분하게 된다. 즉, 배신, 사기, 속임수 등의 가능성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과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고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된다(모든 인간관계를 이렇게 양분하는 것은 조금 극단적일 수 있겠으나, 정도의 차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구분은 생각보다 중요할 수 있는데,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 항상 정확하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믿었던 사람에게 혹은 가까운 지인에게 배신당하는 일이 생기는 것을 보면 주위 사람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관계 형성에 기본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평판이라고 하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평가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 소비자 성향 조사 회사인 트렌드모니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90% 이상이 타인에 대해 보통 이상의 관심도를 보이고 있으며 과반수 이상이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72%가 평판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절반 이상이 평판 관리를 위해 주변 사람들의 지적을 수용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평판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보다 지속적이고 보편적인 평가로 여러 경로를 통해 전파되는 일종의 집합적 기억 혹은 공통의 목소리다.

그렇다면 평판은 무엇일까? 단순히 타인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하게 되면 이미지와 혼동하기 쉽다. 이와 관련해 연구자들의 구분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자. 이미지는 대상의 특징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기반한 믿음이라고 할 수 있으며, 비교적 즉각적이기 때문에 단편적이고 쉽게 변화하기도 한다. 반면 평판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보다 지속적이고 보편적인 평가로 여러 경로를 통해 전파되는 일종의 집합적 기억 혹은 공통의 목소리다. 일반적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평판이 형성되고 나면 쉽게 변하지 않고 다수의 구성원들이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신뢰와 호혜성을 바탕으로 하여 사회적 질서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인해 온라인에서의 평판 역시 중요도가 점점 더해가고 있다. 이전 ‘호감의 유지와 비호감의 개선’ 편에서 소개했듯이, 온라인 구매 사이트에서의 평판은 구매 행위에 상당히 큰 영향력을 미친다. 구매자들은 이미 해당 물건을 산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온라인 구매 행위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인 관계에서 디지털 자취(digital footprint)를 바탕으로 타인을 평가하거나 기업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디지털 자취는 삭제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본인(기업)의 행위를 숨기거나 부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이전에 비해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이로 인해 온라인의 흔적을 삭제해 주는 전문 업체들이 등장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온라인에서의 평판은 전파의 속도가 무척 빠르며 평판을 접하는 대상의 규모도 상당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 온라인 평판 관리의 중요성이 점점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평판의 영향력

평판은 관계 형성 및 평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누군가와 관계를 형성하고자 할 때 주변의 사람들에게 평판을 확인하곤 한다. 흥미로운 것은 평판의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도 그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업무 관계로 공동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파트너의 평판을 확인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그런데 주위에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괜찮은 사람인 것 같던데…’ 혹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다지 협조적인 것 같지는 않다고 하던데…’와 같은 말을 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사실 파트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평가이기 때문에 위의 두 문장은 큰 영향력을 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평판은 다수가 공유하는 집합적인 기억이라는 측면에서 위와 같은 긍정적 혹은 부정적 평가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상당하다.

최근 기업 채용에서도 평판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평판 관리를 위해 억지로 꾸미기보다는 지금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충실한 것이 효율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일 것이다. <출처: gettyimages>

한편으로 기업이나 국가 기관의 채용 장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여러 뉴스 매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특히 경력 사원의 채용 과정에서 평판 조회 과정에서 탈락하는 비율이 약 3% 정도라고 한다. 실제 상당수의 대기업에서 헤드헌팅 업체나 평판조회 전문 기업을 통해 채용 대상자들의 평판 조회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평판 조회는 서구 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되어 왔으며 우리나라는 비교적 최근에 받아들여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타인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언급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대답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평정자의 수를 늘리거나 극단적인 평가를 배제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으나, 많은 채용 담당자들이 대상자의 디지털 자취도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3단계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온라인 사회의 발달로 이제 3-4단계만 거치면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과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할 때 평판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평판은 관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 형성 과정에서 본인에 대한 평판이 형성 및 발전된다는 점에서 평판은 관계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관계에서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평판의 힘은 실로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판 관리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평판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목소리라는 점에서 비교적 쉽게 형성되지 않으며 쉽게 바뀌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일시적으로 대상자와 불일치하는 평가가 나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원래의 모습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평판 관리를 위해 억지로 꾸미기보다는 지금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충실한 것이 효율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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